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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정나리 실종사건, 새벽 4시의 울음소리와 루이비통 가방

 

정나리 실종 사건

 

고요한 새벽을 깨운 여자의 울음소리 그 후 사라진 한 여자.

쾌활한 웃음만큼 정도 많았다는 23살 정나리씨.


나리씨가 목격이 된 것은 2005년 1월 23일 새벽 4시경입니다. 여자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박 씨. 길가에 세워진 차 옆에서 서럽게 울고 있던 사람은 박씨와 같은 원룸, 같은 층 바로 앞 집에 사는 정나리씨였습니다. 집 밖에서 한참을 울던 나리씨가 지인의 부축을 받아 원룸으로 들어간 시각은 새벽 4시 30분경이었고, 지인은 집에 가기 싫다며 평소보다 과음을 했던 나리씨가 걱정이 돼 원룸현관문을 열고 집 안까지 바래다줬다고 합니다. 집에는 동거 중이던 나리 씨의 남자 친구 김 씨가 옷을 벗고 자고 있었습니다. 민망한 생각에 급히 나리씨 집을 나왔다는 지인. 그로부터 10여분 뒤, 


2시간 가까이 계속됐다는 남녀가 다투는 듯한 소리.
저러다 큰일이 나는 건 아닌가 싶어 112에 신고전화를 해야하나 고민을 했던 이웃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웃들이 들은 다투는 소리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나리 씨는 그 날 이후 휴대전화가 꺼진 채 아르바이트도 나오지 않았는데요. 불길한 마음에 원룸을 직접 찾아간 지인은 그제서야 이웃들에게 심상치 않은 그날 새벽의 다툼 이야기를 전해듣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리씨와 동거남의 관계는 그리 원만한 편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나리씨가 감쪽같이 사라진 지 5일째 되던날, 가족들의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 사건을 시신이 없는 살인사건으로 판단했습니다.

 

경찰은 동거남 김 씨를 유일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


그런데 예상치 못한 동거남 김 씨의 주장.
새벽 두 시 사십분 쯤 귀가했지만 만취해 자다 일어나보니 나리씨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욕실에 구토흔적만 남긴채 말이죠.


나리 씨의 집을 수사하던 경찰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데 만취한 남녀가 둘 다 새벽에 귀가했던 집으로 보기에는 어딘가 어색한 현장이었다고 합니다. 욕실 역시 동거하는 남녀가 같이 사용했다던 곳이라고 보기에는 청소를 해두고 나간듯 세면대와 변기, 배수구까지 모두 깔끔했다고 합니다.

가장 이상한 것은 장롱에서 발견된 이불이었습니다.


과학수사대가 즉시 현장 감식에 착수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침대위의 이불과 방문 유리에서 각각 지름 1mm가량의 나리씨 혈흔이 발견됐고 동거남 김 씨의 신발 바닥에서는 나리씨와 김씨의 혼합혈흔이 검출되었습니다.

나리 씨가 실종되던 날, 김씨의 행적은 어땠을까?


경찰 수사에 따르면 다른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김 씨는 새벽 2시경 나리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요, 그 통화 이후 몹시 화가난듯 보였다는 김 씨. 그 때문인지 친구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나리씨가 귀가했을때는 울음소리도 듣지 못할 만큼 깊이 잠들어있었다고 주장한 김씨였는데요,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일어나 나리씨가 외박을 했다고 생각하고 관계를 정리할 결심으로 오후 4시경 짐을 챙겨 원룸을 떠났다는 게 김씨의 일관된 진술이었습니다. 그 날 오후 친구들과 팔공산으로 드라이브를 갔다고 합니다.

 

경찰은 팔공산을 시신 유기장소로 보고 수색했지만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분명 오전 11시까지 잠을 자고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친구에게 팔공산에 가자는 전화를 걸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씨가 새벽에 전화를 받았다면 김씨가 오전 11시까지 잠을 잤다는 주장은 거짓말이 되는 셈입니다.

 

김 씨에 대해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결정한 경찰

그런데, 김씨가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앞두고 돌연 중국으로 출국한 겁니다.(2005년 4월 13일)

5년 뒤, 2010년 3월 귀국 후 변호사를 선임하고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한 김 씨


수사기관은 살인혐의로 그를 기소했고 1심 재판은 살인대신 우발적인 상해치사만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김씨의 행적이 아무리 수상해도 그것이 나리씨의 사망이나 사체유기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점을 들어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웃들이 들은 새벽의 다툼 소리가 나리 씨의 방에서 났다고 단정할 수 없고
발견된 혈흔이 살인과 시체 유기 증거로는 소량이라고 판단한 재판부.

2013년,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김씨가 무죄라는 변호인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나리 씨의 실종과 관련에서 그(김씨)가 더 들려준 얘기는 없을까?


김씨가 전화를 걸어온 번호는 대구시내의 한 공중전화. 제작인은 수소문 끝에 김씨를 직접 만났습니다.


상해치사로 유죄판결을 했던 재판때문에 억울하게 1년이나 옥살이를 했다며
국가를 향해 손해배상 소송까지 했었던 김 씨.


하지만 나리씨의 어머니는 작은 희망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제작진은 사건 당시 장롱에 있던 이불에 대해 혈흔 반응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자외선 랜턴으로 좀 더 면밀히 살펴봤지만, 나리 씨 이불에서 혈흔반응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단서를 찾기 위해 목격자의 제보를 요청한 제작진


그 후 걸려온 제보 전화.


놀라운 우연의 일치가 심상찮게 느껴져 용기를 내어 제작진을 만난 제보자는
14년전 대구에 살았다는 홍씨.


새벽 6시경 귀가하던 홍 씨는 원룸현관 앞에 놓인 가방을 발견했습니다.
나리씨가 실종된 원룸에서 불과 600m 거리.
누군가 가방을 실수로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요?


한참을 기다렸지만 찾으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리씨가 들고나간 가방은 루이비통사의 제품이라는 정보만 있을 뿐,
정확히 어떤 모양인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후 대구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보자가 보내온 루이비통 가방을 단서로 미제팀이 정나리씨 사건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기로 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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