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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SBS 창사 30주년 특집 3부작  1부 <죄수의 기억 : 그들은 거기 없었다>

 

살인자라는 이름의 6명의 인터뷰


SBS 창사 특집으로 만들어진 이번 방송은 '세상은 나아지는가' 3부작의 서막인 1부입니다. 이 편에서는 6명의 죄수들의 인터뷰를 다루고 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 30년간 억울하게 죽거나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들에 대한 사건들을 다루어왔었는데요, SBS 창사 30주년을 맞아 지난 30년을 되돌아보고 그간의 사건들 중에서 인상깊은 사건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사건들은 엄궁동 살인 사건, 전주 삼례 슈퍼 할머니 살인 사건, 춘천 파출소장 딸 살인 사건, 수원 무명 소녀 살인 사건입니다.

 

그 중에서도 21년 복역 후 출소한 장동익씨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장동익씨에게 출소는 아주 낯선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삐삐가 있던 시절에 복역을 시작한 그는 이제 전국민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시대에 감옥에서 세상으로 나온 것입니다. 엄궁동의 갈대밭에서 발견된 30살의 여인(박현주)의 시신으로부터 사건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때 현장검증을 위해 낙동강변을 찾은 것이 장동익씨와 그의 친구 최씨였습니다. 사건 현장에는 현주씨와 데이트를 하던 동료 김씨가 있었는데, 현주씨가 물을 뜨러 간 사이에 낯선 괴한 두 명이 와서 김씨를 결박하고 죽이려고 했는데, 김씨는 그들로부터 도망을 쳤고 다시 차로 와보니 여인은 이미 죽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범인들이 설명한 범행내용과 시신에 남아있는 흔적들과는 거리가 좀 있었는데요, 과연 장씨와 그의 친구 최씨가 실제 범인이었는지 의심되기 시작하는데요, 무엇보다 이 사건에서 의문인건 생존자 김씨의 진술이었습니다. 전문가는 김씨의 진술이 대단히 비논리적이라고 판단합니다.

1990년 1월, 부산 엄궁동에서 한 여인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유유히 사라진 범인, 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제작진은 누구보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을 생존자인 김씨를 만나 대화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증언자인 김씨는 오래전 지병으로 숨진 상태였는데, 그는 장동익씨와 그의 친구 최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이었습니다.

한 편, 장동익씨는 가까운 거리를 제대로 잘 볼 수 없는 시력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그런 그가 깜깜한 밤에  김씨를 결박하고 그와 몸싸움을 한 뒤, 현주씨를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입니다. 초범임에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그는 당시를 희망도 없던 긴 터널을 가는 듯한 기분이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전북 완주 삼례 나라 슈퍼 사건

5명의 인터뷰 대상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은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전북 완주 삼례 나라 슈퍼 할머니 강도치사 사건의 진범 배XX 씨를 제외하고는 말이죠. 배씨는 삼례 슈퍼 사건 당시 조사만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항소심 또는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이고, 장동익씨와 최씨는 이제 막 재심을 시작하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배XX씨는 자신이 완주 삼례 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을 한 사람입니다. 배씨는 부산에서 완주로 놀러왔다가 선배가 사고나 치자고 권유하여 일을 저지르게 됩니다.

비극이 벌어진 것은 1999년 2월 4일, 강도 세 명이 전북에 있는 삼례 나라 슈퍼로 침입한 순간이었는데요, 피해자 부부의 말에 따르면, 3인조 강도는 경상도 말씨였다고 합니다. 3인조가 떠나고 옆방으로 갔을 때 할머니는 이미 질식하여 숨져있었습니다. 범행 현장의 의문점은 이부자리 위에 흥건히 쏟아져있는 물과 대접이었는데, 평소 컵에 물을 따라 마시는 할머니의 습관과는 다른 모습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운명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사건의 용의자로 붙잡혀 현장검증에 나온 사람들은 뜻밖에도 배씨 일행이 아니라 앳된 얼굴의 전라도 토박이 세 명이었던 겁니다. 거기에는 오늘 인터뷰 주인공 중 한 사람인 강인구 씨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범행을 저지른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배씨는 이 뉴스를 보고 조금 황당했었다고 합니다. 범인이 자신들이 아니라 엉뚱한 사람들이 용의자로 현장검증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전북 토박이 세 명 중 하나인 강인구씨는 삼례 나라슈퍼 사건으로  4년 복역을 하고 출소하게 됩니다.(1999~2003) 

 

실제 범인들은 신호(노가다에 사용하는)라는 도구로 문을 열고 들어가 부부를 신호 및 쇠막대기로 위협하여 금품을 탈취하고 옆 방에 있던 할머니에게서도 금품을 탈취하려다가 할머니를 숨지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죽은 할머니를 살리려고 물을 뿌렸습니다. 그런데, 범인으로 이들이 아닌  전주 3인방이 지목된 걸까요?

 

강씨 일행을 용의자로 붙잡은 형사들은 현장검증도 자신들이 주도하는데, 하지만 현장검증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결국, 강씨를 비롯한 전라도 토박이들은 소년법 강도치사로 수감되었는데요, 강씨는 당시 지적장애 5급으로 한글로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였으나, 경찰이 건네 준 진술서를 그대로 베껴서 제출한 것입니다.

한 편, 삼례 슈퍼 사건의 실제 범인인 배씨는 강씨 일행이 잡혀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범인이라고 경찰에 자백을 했지만, 형사들은 그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약촌오거리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도 이미 범인을 잡았는데, 새로운 범인이 나오는 것은 검찰입장에서는 달가운 게 아닐 것이었을 겁니다. 이에 대한 배씨는 자신들을 어쩔 수 없이 풀어주는 것 같았다고 했는데요, 결국 배씨일행은 무혐의로 풀려났고, 2009년 사건의 공소시효는 끝이났습니다.

왜 강씨는 자신이 범행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범행을 시인하였나? 강씨는 모진 구타에 못이겨 자백을 했다고 인터뷰했습니다.

 

 

춘천 파출소 딸 살인사건


정원섭씨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972년 여름 춘천시 우두동, 주택가 논둑에서 한 소녀가 숨진 채 발견됩니다. 이 사건의 중요한 단서는 현장에 떨어져 있던 15cm가량의 연필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소녀를 끔찍하게 살해한 범인이 검거됩니다. 그는 당시 만화가게를 운영하던 정원섭씨. 그의 아들은 그 날 이후로 16년 후에야 아버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정원섭씨가 검거된 것은 그의 아들이 그에게 빌려줬던 파란색 연필이 결정적인 증거였습니다. 그러나 마을 주민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연필은 노란색이었는데, 경찰은 파란색 연필을 증거로 정원섭씨를 범인으로 확정해버립니다. 1972년 그 무렵은 박정희 정권의 10월 유신이 선포되던 때였는데, 검거시한 열흘을 주고 범인을 잡으라는 상부의 명령으로 검거시한을 앞두고 정원섭씨는 이루말할 수 없는 고문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는 살기위해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시인해야만 했습니다. 정원섭씨를 비롯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이들은 "왜 하필 나에게 이런 고통이 찾아왔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엄궁동 살인 사건의 장동익씨가 검거되었던 해는 노태우 정권이 민생치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이 실행되어 범죄와의 전쟁이 2단계로 접어들 때였습니다. 하지만 억울하게 수감된 사람도 많았습니다. 92년에만 그 피해자가 1200명에 달했습니다.장동익씨와 정원섭씨는 살아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거짓자백을 했다. (건장했던 청년 정원섭씨가 이제 노인이 되어 그 때 당시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에 대해 인터뷰하는 것을 보니 가슴 한 켠이 짠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정원섭씨를 담당했던 이모 형사를 제작진이 찾아갔으나 그는 고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대답하였는데, 그는 정씨를 검거한 공로로 순경에서 경장으로 특진하였었던 기록이 있습니다. 엄궁동 사건을 지휘했던 형사를 만난 제작진. 그에게 가혹행위 여부를 묻자 역시나 기억을 못하는 형사. 또 다른 형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


2008년 5월 24일,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 소녀가 한 명 죽어있었던 사건입니다. 사인은 폭행으로 인한 뇌출혈이었습니다. 소녀는 이름도 알 수 없는 무명소녀였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이라 불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소녀를 죽인 범인들이 곧 밝혀지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경진씨 일행이었던겁니다. 하지만 부자연스러웠던 현장검증.

경진씨는 당시 17살, 보호관찰을 받을 때였습니다. 그년 14살에 가출한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가출한 후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를 위해  절도, 폭행을 저질렀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수감되어 있던 그들에게 검사가 찾아왔는데, 그들에게 추가범행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검사실에 불려간 그녀는 자신은 사람은 죽인 일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그녀의 자백영상이 녹화되어있었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소녀의 이름찾기를 시작한 뒤  50일 되던 날에 죽은 소녀의 어머니가 나타나게 되는데요, 죽은 소녀의 이름은
민아였고, 시각 장애 6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억울한 피해자인 경진씨가 범인으로 지목된 결정적인 이유는 현장에 있던 도수 높은 안경이 경진씨의 것이었다는 거였는데, 그 안경은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던 죽은 소녀의 것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결국 경진씨와 그 일행들은 민아를 살해한 범인으로 구속되었습니다.

 


경진씨는 이미 다른 일행이 전부 자백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자백을 하지 않으면 가중처벌을 받게 될 거라는 말을 듣고 자백을 한 것입니다. 이렇게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간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들을 도와줄 어느 누구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돈없고 빽없는 힘없는 사람들이었던 그들. 반면 권력이 있고 힘이 있는 어떤 사람은 청부살해를 하고도 감옥에 가지 않았습니다.

 

여대생 공기총 살인사건

 

인천 검단산에서 공기총에 맞아 살해된 여대생. 가해자는 회장님의 사모님입니다. 그 날 이후 피해자의 가족은 모두 힘들어했으며, 딸의 어머니는 상심사로 사망하였다. 평범한 법대생 하지혜. 2002년 3월 6일 사라진 그녀는 실종 10일 후 경기도 야산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쌀포대에 쌓여 유기된 그녀. 대대적인 수사끝에 살인을 한 일당과 청부한 여인이 검거됨.


판사 사위가 법대생인 지혜씨를 만나는 것을 불쾌히 여긴 여자의 청부살인이었는데, 그녀는 경찰 5명을 동원해  판사 사위와 지혜씨를 미행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하지혜씨의 어머니의 큰 언니의 아들인 판사.
김판사가 사촌지간임에도 불륜을 의심..
여대생 살해 3명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남다른 조사태도로 형사들을 곤혹스럽게 했다는 사모님이 진짜입니다.

"가만안둘테니 각오하세요.
내 남편이 부산에서는 대단한 사람인데
출소하고 나면 가만 안둘겁니다." - 형사와의 취조중

수감이후에도 자세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간적으로 동등하게 보이지 않아요
제발 술집에 다니는 애들은 제 방에 넣지 말아주세요 (죄인, 살인청부한 사람이 할 소리인가..)

 

그런데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그리고 이 사실을 안 하지혜씨의 오빠를 충격에 빠뜨린 사실은 바로 한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있었던 곳은 종합병원의 특실이었다는 겁니다. 그녀는 나이롱환자로 병원에 있었는데, 거동이 불편하다던 그녀는 몰래 촬영한 카메라에서 활발하게 걷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는데, 전문의의 분석에 의하면 그녀의 병명은 그녀의 실제모습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즉, 수감되지 않고 병원에 있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인데요.

 

그런 그녀에게는 형사 5명의 조력자가 있었는데, 그들은 사위 김판사와 지혜씨의 뒷조사를 했습니다. 그 형사들은 그알팀의 취재를 거부합니다, 사모님의 진단서를 썼던 주치의도 마찬가지로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사모님에게 형 집행 정지를 허가해줬던 검사전해들은 말만 듣고 형 집행 정지를 허가했던 것.

마지막 조력자는 부산에서 대단한 사람이라던 회장님이었습니다. 그는 취재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고, 회사 주식(?)이 많이 떨어졌다고 엄살을 떨었습니다. (사람을 죽여놓고 회사주식 타령하는 대단한 회장님이다)

일반보통사람들에게는 형 집행정지가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녀의 형 집행정지를 이루어질 수 있게 허위진단서 발급했던 의사는 나중에 혐의가 밝혀졌지만 고작 벌금형에 처해졌고, 학교에서는 아무 징계없이 재직중이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번 <그것이 알고싶다> 죄수의 기억 편에서는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의 억울한 옥살이를 이야기했는데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은 연희동 지강헌 일당의 사건 이후로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삼례슈퍼 사건의 억울한 피의자 강씨는 검사, 형사, 판사를 믿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일반시민들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도 50% 이상의 사람이 사법체계를 불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前)직 판사에 의하면 그것은 우리 사법체계가 많은 결함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여기 죄를 지은 적 없는 죄수들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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