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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제주 관덕정 살인 사건

 

'내가 살인범이다' 경찰에 걸려온 살인 고백 전화? 제주 관덕정 살인사건


경찰에게 걸려 온 살인 고백 전화
그리고 검거된 용의자

용의자의 자백,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1997년 8월 14일
제주 관덕정

 


출근 첫 날, 가장 먼저 그의 눈에 띈 것은 알몸상태의 시신이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파출소까지의 거리는 불과 50m밖에 안됩니다.
대담한 범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35m 떨어진 관덕정 앞 길가에서 발견된 또 다른 여성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던 50대 여성은 근처 가게에서 술을 마시던 행인에게 발견됐고,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다행히 목숨을 구했습니다. 신원조회 결과, 두 사람은 같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주인과 종업원으로 밝혀졌습니다. 관덕정 앞에서 발견된 50대 여성이 주인 최정숙(가명)씨, 숨진 채 발견된
여성인 장선아(가명)씨입니다. 같은 날 네 시간 간격으로 발견된 두 사람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97년 8월 14일 오전 3시경 영업을 끝낸 후, 함께 택시에서 내린 두 사람
내린 곳은 집 근처인 관덕정

두 사람은 외진 골목길 대신 큰 길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닥에 혈흔과 끌린 흔적으로 보아
처음에 범인이 두 사람을 공격했고, 그 중 한 사람만 공사중인 공터로 데려갔을 겁니다.
범인은 왜 장씨만 끌고 갔던 걸까. 2차 현장에서도 폭행은 이어집니다. 장씨의 사인은 뇌출혈의 일종인
뇌지주막하출혈. 

 


잔혹한 범행 후 범인이 남긴 몇 가지 흔적


피해자 최정숙(가명)씨의 손톱밑에서는 혈흔이 발견됐습니다. 숨진 장선아씨에게서 1m 떨어진 곳에
혈흔이 묻은 쇠파이프가 있었고, 180m 떨어진 공사장 근처 울타리에서는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불에 타다만 통장과 지갑 그리고 그 옆에 담배 꽁초가 있었습니다. 대담하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그는
과연 누구일까?

 

주변을 탐문했지만
범인의 윤곽을 잡기 어려웠는데
1997년 9월 6일 새벽 4시 20분 수사본부로 걸려온 전화

 


1시간 20분 동안 다른 장소의 공중전화에서 수사본부로 5번의 전화를 한 의문의 남자

첫 번째 전화가 걸려온 곳은 관덕정 근처였습니다.
발신위치가 추적되자마자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공중전화에서 채취한 전화를 건 용의자의 지문
첫 번째 발신장소에서 마지막 장소까지 거리는 1.8km. 걸어서 40분이면 충분한 거리입니다.
전화가 걸려온 일대를 중심으로 범인을 찾기 위한 탐문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탐문 도중 
관덕정 주변에서 발생한 강간 미수 사건

늦은 저녁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친 한 남자가 밭으로 끌고가 자신을 폭행했다는 겁니다.
피해 여성이 얼굴을 기억하고 있어 곧바로 한 남자가 체포됐습니다.
수사결과, 3건의 강도, 강간미수혐의가 더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둔기로 머리를 공격하고 옷을 벗긴 채 끌고가는 수법이 관덕정 사건과 유사했던 겁니다.



"저는 사람이 죽었는지 몰랐는데 신문을 통해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몹시 착찹했습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하소연 할 데도 없고 마음이 답답해서 전화를 하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공중전화에서 발견된 지문은 용의자 이 씨의 것과 일치했는데요,

"술에 취하면 여자에 대한 증오심과 옷을 벗기면서 마음대로 괴롭히고 싶은 감정이 생겼습니다."

3년 동안 사귀어온 첫사랑이 자신을 배신한 뒤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증오가 생겼다는 것이 그의 범행 동기였습니다.
용의자 이 씨의 진술에 의하면, 사건 당일 새벽 6시 그가 눈을 뜬 곳은 관덕정 근처에 있는 호텔 주차장 바닥이었습니다.

"일어나 보니 호주머니에 34만원이 있었습니다. 무슨 돈인지... 생각하다 보니, 어젯밤 관덕정 근처에서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이 났습니다." 

현장 검증에서 그는 사건 당일 벌어졌던 모든 일을 순서대로 재연합니다. 

 


술에 취해 관덕정 근처를 배회하던 이 씨
강도 목적으로 지나가는 두 여성을 주변에 있던 돌로 급습

최정숙은 쓰러졌고 장선아와 실랑이가 벌어져 돌로 한 번 더 내리쳤다고 합니다.

그의 자백으로 처음 밝혀진 범행 도구 '돌'

그 다음 갑자기 이성을 잃고 장선아씨만을 공사장 안으로 끌고 갔다고 합니다.
그 곳에서 참혹하게 시신을 훼손합니다. 돈은 챙기고 지갑과 나머지 소지품은 불에 태웁니다.

범행을 재연하는 내내 신속하고 자연스러웠던 그의 행동

그는 도망가다가 새끼 발톱이 빠졌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현장검증이 끝날 무렵, 
기자를 향해 벌어진 그의 돌출 행동

 

그 후 자신의 모든 범행을
부인하기 시작한 이 씨

관덕정 사건 뿐 아니라 나머지 4개의 강도, 강간 미수건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결국, 관덕정 살인사건은 기소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이 씨는 강도, 강간 미수 혐의로만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경찰이 범인으로 확신한 이 씨가 기소되지 못한 이유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장에 있었던 수많은 흔적들은 어떻게 된 걸까요?
손톱에 있던 혈흔은 모두 피해자의 것으로 밝혀졌고, 현장에서 발견된 물건들에서는 지문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밝혀진 건 담배에서 밝혀진 혈액형 A형. 하지만 용의자 이 씨의 혈액형은 O형이었습니다.
이 씨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분명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자백을 했던 걸까?

 

자백 전, 강도에게 폭행을 당해 경찰서를 갔지만
전과자라는 이유로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는 경찰

그래서 자신이 범인이라는 거짓 전화를 했고, 체포후 자백한 것은 신문에서 본 내용을 얘기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드는 의문점

현장에서 그의 움직임은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고, 모든 위치를 정확하게 짚었던 겁니다.
또한 피해자의 옷 색깔, 쇼핑백이 있었다는 것, 담장에서 뛰어내릴 때 승합차가 있었다는 등 언론에 밝혀지지 않은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쉽게 놓친 범인이었는지, 전과자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목격자였는지 용의자 이 씨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미스테리입니다. 그런데 취재 도중 제작진은 사건 다음 날, 신고 전화를 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관덕정 앞을 지날 때였다고 합니다.
택시를 세우던 남자의 얼굴과 옷에는 피가 묻어있었다고 합니다.

대학동은 이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용담동을 달리 부르는 말입니다.
외지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범인이 범행 날 가져간 최씨의 휴대전화가 발신된 곳도 바로 용담동이었습니다. 발신 시각은 새벽 4시 48분. 범행 후 택시를 타고 용담동에 내린 범인이 실수로 휴대전화를 눌렀는지도 모릅니다.
숫자 2만 여덟번을 눌렀습니다. 그 날 택시에 탔던 남자가 범인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당시 택시기사의 증언과 최면 수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몽타주
택시에 탔던 남자는 옅은 쌍꺼풀이 있는 눈에 전체적으로 얼굴이 좀 긴 편이고 이마주름이 특징입니다.


용의자 이씨와 피 묻은 옷을 입고 택시를 탔던 손님은 혹시 같은 사람이 아닐까?

 

용의자였던 이 씨의 얼굴과는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또 다른 용의자가 나타난 겁니다. 택시를 탔던 남자를 찾기 위해 제작진은 그의 최근모습을 만들어보기로 했는데요, 당시 40대였던 남자는 이제 50대 중반이 됐을 겁니다. 

 


키는 170cm 갸름한 얼굴에 코는 긴 편이고 쌍꺼풀은 옅고, 볼과 턱은 약간 각이 져 있습니다.
바로 이 남자가 관덕정 살인사건의 또 다른 용의자입니다. 

제주 관덕정 살인사건은 범인을 잡지 못한 채 2012년 8월 14일 공소시료가 만료됐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이 알고 싶다>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02-21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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