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캣

[그것이 알고 싶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검찰에 붙잡혔습니다.


용의자는 숨진 최 씨의 딸.
그리고 공모자로 지목된 최 씨의 남편.


어쩌다가 부녀가 나란히 살인죄로 법정에 서게 된 걸까.
비극은 집 안 담장 아래서 시작됐습니다.

월요일 아침 일터로 나가기 전, 화장실에 들렀다 나오다가 남자는 마당 구석 담장 아래에 놓인 묵직한
비닐 봉지를 발견합니다. 검은 비닐 봉지 안에 있었던 것은 막걸리 두 병.

막걸리가 담긴 봉지를 툇마루 앞 토방에 옮겨 놓았다는 남자는 곧바로 일터로 떠났습니다.
아내는 얼마 후, 남편이 옮겨놓은 막걸리 두 병을 가지고 일터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집을 나선 뒤, 두 시간만에 아내 최 씨가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현장에서 쓰러져 발견된 것은 최 씨를 포함해서 모두 네 사람.
그 중 두 할머니는 병원에 옮겨진 뒤 간신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막걸리에서 검출된 것은 시안화칼륨. 바로 청산가리였습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은 이 사건은 일명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검찰은 막내 딸 희정씨가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먼저 자백했고, 나흘 뒤 구속된 남편 역시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시인했다고 했습니다.

 

 

수사 결과에 누구보다 놀란건 가족들입니다.

 


구속된 지 6일만에 현장 검증에 나선 부녀는 온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들 범행을 시인하고 재연까지 합니다.


상황이 다시 급변한 것은 재판이 시작된 이후의 일입니다.

부녀는 부적절한 성관계 및 최 씨의 살인을 부인하고 나선 것.

또한 종합적으로 볼 때, 부녀가 검찰에서 한 자백은 신빙성이 없다는 것.

 

만약, 죄가 없다면 대체 왜 딸은 아빠와 부적절한 관계이고 그래서 엄마를 죽였다는 기막힌 자백을 했던 걸까?


그런데, 이제 진범을 찾을 일만 남았다고 믿었던 가족들의 기대는 다시 무너졌습니다.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딸에게 징역 20년, 아버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범행 나흘 전, 7월 2일 최씨의 남편은 시내 장터 한 식당에서 아내와 국밥을 먹은 후 막걸리 세 통을 사왔다고 합니다. 그 날 저녁 숨진 최씨와 막거리 세  병 중 한 병을 나눠마셨다는 그는

 


뒤늦게 들어온 막내딸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고 합니다.
범행 이틀 전 이렇게 모든 준비를 끝냈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내용입니다.

그리고 세 시간 뒤, 봉투에 들은 막걸리를 확인한 아버지는 이를 마루앞으로 옮겼다는 겁니다.
당시 현장에서 수거된 막걸리는 짙은 커피색.
발견된 것과 같은 종류의 막걸리와 같은 양의 청산가리를 준비한 뒤, 이를 섞어봤습니다.

그러니까 이틀 전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섞었다는 부녀의 자백은 이 실험결과와도 다르지 않습니다.

 


범행에 쓴 청산가리는 물론 범행도구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범죄입증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습니다.

검찰은 숨진 최 씨의 남편이 마을에서 20km 떨어진 시내 장터의 한 식당에서
7월 2일 이 막걸리를 샀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식당 주인의 말은 전혀 다릅니다.

 

자신은 900ml의 큰 병만 취급하는데 범행에 쓰인 건 750ml의 작은 병이라는 것입니다.
석달 치 장부를 모두 뒤져도 자신들은 750ml의 작은 병을 들여온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여러 번 검찰과 법정에서 증언도 했다는 막걸리 배달원의 얘기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청산가리 구입처는 확인됐을까?

 

남편이 청산가리를 얻었다고 한 것은 일명 빵구집이라고 불리던 자전거 수리점.
그런데, 사건 발생 17년 전(1995년)에 폐업한 자전거 수리점


청산가리 구매에 대한 남편의 증언은 일관성이 없어

 


그러니까 17년 전, 자전거포에서 구한 알갱이 모양의 청산가리로 아내를 죽였다고 하는 남편의 자백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석연치 않은 청산가리와 막걸리의 출처

 

 

게다가,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섞었다는 저녁 8시 전후에 딸은 무려 9차례나 폰뱅킹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살인을 준비하고 있던 그 긴장된 순간 무엇 때문에 9차례나 입출금 여부를 확인해야 했을까요?

 


입금된 2만원 확인 후, 부산으로 향한 딸.

채팅으로 알게 된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범행 현장을 피하고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행동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전화로 입금여부를 확인한 건 7시 55분부터 8시 48분 사이. 9차례나 입금확인을 하면서
청산가리를 섞고 뒤처리까지 무사히 끝낼 수가 있었을까?

의문이 커지자 8시경이라고 했던 범행 시각이 폰뱅킹을 시작하기 전, 7시 30분에서 50분까지로
앞당겨집니다.


그런데 이 발표가 맞다면, 딸의 자백에는 또다른 모순이 생깁니다.

 


바로 다음 날 신문 때는 주변 가로등 빛이 환해서 따로 불을 켤 필요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날 일몰시각은 7시 48분. 딸이 옥상에 있었다고 한 시간에 주변은 아직 환했다는 뜻입니다.

라이터나 손전등으로 불을 밝힐 필요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가로등 불빛이 비추었다는 진술도 옥상 구조를 확인한 결과 사실과는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딸의 자백은 처음부터 오락가락 했습니다.

 

아버지를 공범으로 지목하기 전까지는 청산가리도 직접 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 뒤로도 여러 번 말을 바꿨지만 번번히 구입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돌연 청산가리 구입한 건 자신이 아니라 아버지라고 털어놨다는 겁니다.
남은 청산가리를 처리한 방법에도 의문이 많습니다.


하지만 7월 4일을 전후로 이 지역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잘못된 퍼즐처럼 딸의 자백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전문가는 그녀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사고력이 매우 단순해서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기 힘든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검사결과 딸의 현재 IQ는 74. 법적으로 심신 미약을 인정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 경계선 수준에 있습니다.
최 씨의 남편의 지능 역시 평균 이하의 수준.

 

그렇다면, 엄마를 살해한 동기가 됐다는 부녀간의 성관계는 사실일까?


검찰에서 부녀는 최씨가 숨진 뒤에도 부적절한 관계가 이어져왔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오히려 이 대목에서 아버지와 동생의 결백을 확신했다고 말합니다.


감정에는 부녀의 성적인 관계가 정말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그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부녀의 자백만으로는 이들의 결백을 증명하기에도 이들의 유죄를 입증하기에도 충분하지 않아 보입니다.


대법원은 딸과 아버지에게 각각 징역 20년,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재 이 사건은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이 검토 중이다.

 

관련글

 

[그것이 알고 싶다] 서천 Y카센터 사건

[그것이 알고 싶다] 서천 Y카센터 사건 2004년 5월 2일 02시. 충남 서천의 한 상가 건물. 자고 있던 상가 주인들이 놀라서 뛰어나왔고, 불은 손 써볼 겨를도 없이 대형화재로 이어졌다고 합�

koreatoworld.tistory.com

 

[그것이 알고 싶다]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

[그것이 알고 싶다]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 2015년 11월 결혼한 전민근씨와 최성희씨 부부 2016년 5월 27일 금요일, 최성희 귀가 연극배우였던 아내 최성희씨가 연기학원 강의를 끝내고 집으로

koreatoworld.tistory.com

 

[그것이 알고 싶다] 돈암동 미입주 아파트 살인사건

[그것이 알고 싶다] 돈암동 미입주 아파트 살인사건 살인 현장에서 옷이 뜯긴 채 발견된 피해자 그리고 남겨진 단추 한 개 단추가 말하는 범인은 누구인가? 미입주 아파트에서 시신으

koreatoworld.tistory.com

 

[그것이 알고 싶다] 홍천강에 떠오른 여인, 홍천강 미스테리

홍천강에 떠오른 여인, 홍천강 미스테리 홍천강에서 죽은 한 여인을 둘러싼 미스테리 2012년 여름, 강원도의 홍천강. 이 곳에서 발생한 익사 사고. 피해자는 두 아이의 엄마 故 박연화(가명) �

koreatoworld.tistory.com

 

[그것이 알고 싶다] 사자개 저택의 비밀

그것이 알고 싶다] 사자개 저택의 비밀 한 저택의 주인과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 시골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삼엄한 경비속에서 제보자인 정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koreatoworld.tistory.com

반응형

이 글을 공유합시다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