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캣

그것이 알고 싶다 [베란다의 포주들, 익산 베란다 사건]

 



늦은 밤에도 늘 사람들이 북적였던 전북 익산의 작은 빌라
한 남자의 서른번째 생일파티가 열린건 지난 해 여름


다정한 친구들의 집에는 어두운 비밀 한 가지가 숨어있었다고 합니다.
남자의 뒤로 스치듯 지나갔던 무언가ㅡ
베란다 너머에 서서 생일파티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입니다.


기괴한 모습을 한 채 내내 베란다의 유리문 앞을 지키던 이 사람은 대체 누굴까?
그 기이한 비밀은 두 달 뒤, 의외의 장소에서 그 실체를 드러냅니다.

 

이번엔 경남 거창의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시체를 파갔다고요?
저 길 옆에 저기
거기서 시체 파갔다고 그러던데?

과수원 너머 하루에도 수없이 주민들이 오가는 길가에서 사람 시신이 발견된 겁니다.
자갈과 나뭇잎으로 은폐되어 있었던 땅 속 작은 구덩이에서는
웅크린채로 암매장된 시신이 있었습니다.

깊이 64cm, 옷가지 하나 걸치지 못한 여성의 주검이었습니다.

 



전신에서 이미 부패가 진행중이었지만 이 시신에는 눈에 띄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성한 곳이 없다고 할만큼 온 몸 전체를 멍자국이 뒤덮고 있었던 겁니다.


사인(死因)은 온 몸 곳곳을 구타당해 생긴 다발성 손상
변사자는 20살 여성 이미소씨였습니다.

 

광주에서 가출신고가 되어있었던 그녀는 왜 경남 야산 시골마을에서 발견되었을까?


암매장되기전 그녀가 거쳐간 곳은 바로 익산의 그 빌라 베란다였습니다.

잔혹한 비밀은 어떻게 그 실체를 비로소 드러내게 된 걸까?

묻혀있던 이미소씨의 죽음을 세상에 알린 두 사람

 


사실 두 사람은 지난 해 여름, 그 집에 나란히 감금(?)되어 있던 피해자라고 했습니다.
이미소씨를 베란다에 가두고 열렸던 차 씨 생일파티 때도 두 사람은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김정희씨 역시 문제의 베란다에 감금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집에는 명령을 하는 자와 그 명령에 따라야 하는자 오직 두 부류만 있었습니다.

살인용의자로 지목한 인물들은 20대 후반의 장 씨, 장 씨 애인이었던 김 씨 그리고 서른 살의 차 씨였습니다.


이들이 체포된 건 이미소씨가 숨지고 한 달이 지나서였는데요,
하지만 차가운 땅 속에 묻히기 전에도 피해자는 지옥과도 같았던 베란다 감금생활을 두 달 가까이 견뎠다고 했습니다.


외출이 허락(?)된 때에는 위치 추적앱으로 감시나 미행이 이루어졌습니다.
실제 피해 여성의 동선을 감시중이었던 가해자 김 씨 
김정희 양철우씨 커플은 그 무서운 집에 우연히 들어가게 됐다고 기억했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임 모씨라는 여성이 장 씨 집 위층에 살고 있었던 겁니다.
좋은 사람들로 소개를 받았다가 아예 그 집에 갇히고 말았다고 했습니다.


친한 언니집에 갔다가 거짓말에 속아 아래 층 집에 감금까지됐다는게 무슨 말일까?
두 사람은 사실 지적장애를 갖고 있었습니다.

 

경제활동도 쉽지 않았던 장애인 커플을 유인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제작진은 이미소씨가 숨져나갔던 그 집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한 제보자를 만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녀 역시 그 빌라에 감금되어있다 가까스로 탈출한 피해자라고 했습니다.


성매매를 시키기 위해 여성들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조건만남 앱으로 성매수 남들을 접촉한 후 화장까지 시켜 김정희씨에게 성매매를 강제로 강요한 가해자들

실제 가해가 김 씨가 주고 받았던 채팅에는 그 적나라한 거래내역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요즘 시대에도 비자발적 성매매가 있네요)


여자친구 김정희씨가 성매매를 했다면은 양철우씨는 막노동을 하고 그 수입을 모두 빼았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망한 이미소씨 역시 이런 목적으로 수집된 지적장애인이었습니다.


실제 김 씨 휴대폰에서는 그들이 의도적으로 장애인들을 이용해온 정황들이 발견됐습니다. 이미소씨를 만나자마자 그녀의 집 앞에서 장애인등록증을 확인한 일당은 첫 날부터 이미소씨에게 조건만남 성매매를 시켰습니다.


그런데ㅡ


이미소씨의 장애문제로 성매수남에게 협박을 받게 되자 치아가 부러질 정도의 폭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김정희씨의 커플과 함께 이미소씨의 마지막을 지켜봤던 또 한 명의 목격자가 있었습니다.
이미소씨가 들어오기 전부터 그 집에 살고 있었다는 박 모씨


이미소씨를 위협하기 위해 낫을 갈던 가해자 차 씨


사망하던 무렵 이미소씨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미소씨가 바지에 용변을 본 것에 화가나 가해자들이 돌아가며 몸에 뜨거운 물을 뿌렸던 그 날,
이미소씨는 의식을 잃고 더 이상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제 겨우 스무 살 장애까지 있었던 이미소씨가 왜 그런 가혹한 최후를 맞아야만 했을까.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들은 유인, 감금, 폭행, 성매매 강요 그리고 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주범 장 씨에게는 징역 30년,
차 씨에게는 징역 20년이 내려졌고,
김 씨는 살인방조죄가 적용돼 징역 7년형이 선고됐습니다.


또래아이들처럼 스마트폰과 채팅을 좋아했다는 이미소씨
학교를 졸업한 후엔 SNS채팅에 대한 집착도 더욱 심해졌다고 합니다.



이미소씨의 SNS에는 그녀가 장애인임을 알고도
성적인 만남을 청하던 사람들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끊임없이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었고 이성친구도 만들고 싶었던 이미소씨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SNS친구는 장 씨 일당이었습니다.

잔혹한 범죄자와의 악연은 일단 끊겼지만 피해자들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었습니다.


매달 90만원이 넘게 각종 연금이 들어오는 김정희씨의 통장을 임모씨라는 여성이 관리중이라는 겁니다
임 씨는 이미소씨 살인 사건이 벌어진 그 빌라 위층에 살며 가해자들을 소개해준 인물입니다.
놀랍게도 김 씨는 임 씨가 세 가해자와의 무관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매 달 휴대폰 요금을 내주고 산부인과 진료를 받게 해주는 대신 통장을 가져갔다는 임 씨


올 3월 이후에는 방문한 적도 없고 매 달 진료를 볼 정도로 큰 질환도 없다고 했습니다.
수 십만원이 나간다는 휴대폰 요금역시 수상했습니다.

김정희씨의 명의로 된 여러 대의 휴대폰 중 올해 납부된 금액은 15,000원 뿐입니다.



군산으로 이사와 정희씨 커플과 연락을 한다는 임씨를 만나보았습니다.


제작진이 확인한 사실과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 임 씨



연락을 준다던 임씨에게는 전혀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제작진은 취재를 통해 확인한 내용을 김정희씨에게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설명을 듣기 전까진 김정희씨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습니다.


김정희씨의 탈출로 베란다에서의 참혹한 비극은 그 진상이 밝혀졌지만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후속 취재를 기다려봅니다.

반응형

이 글을 공유합시다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